지지 속에 감춘 천간 지장간(支藏干)의 여기·중기·정기

『삼명통회』 권2는 열두 지지마다 그 달 30일을 천간 글자별로 쪼개 적습니다. 정월 인(寅)은 무 5일, 병 5일, 갑 20일이고 2월 묘(卯)는 갑 7일, 을 23일입니다. 열두 곳 모두 날수의 합이 30일입니다. 그런데 같은 지지를 『연해자평』의 장둔가에서 찾으면 날수는 없고 글자만 있으며, 자·묘·유는 한 글자뿐입니다. 지장간은 표 하나로 외우기 전에 어느 책의 표인지부터 물어야 하는 개념입니다.

지장간이라는 이름과 사주 속 자리

지장간(支藏干)은 지지 안에 감춰 둔 천간이라는 뜻입니다. 『삼명통회』는 십간을 하늘의 원(天元), 십이지를 땅의 원(地元)이라 부르고, 지지에 갈무리된 글자는 명을 주관하는 사람의 원(人元)이라 부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사주’ 항목은 같은 것을 사례표에서 암장간(暗藏干)으로, 풀이 대목에서 장간(藏干)으로 적습니다. 이름은 책마다 다르지만 가리키는 것은 같습니다. 『삼명통회』는 이 글자들에 ‘사사지신(司事之神)’, 곧 그달의 일을 맡은 신이라는 이름도 붙이고, 명리 용어로는 월령에 해당한다고 설명합니다. 열두 지지가 열두 달에 하나씩 놓이므로, 지장간은 처음부터 한 달 30일을 글자별로 나누는 틀과 묶여 있었습니다.

여덟 글자를 셀 때 지장간은 따로 둡니다. 대백과 사례표는 오행 개수를 겉에 보이는 여덟 글자로만 세고, 암장간은 표의 별도 줄에 적어 둡니다. 지지 열두 글자 자체가 달과 시각에 놓이는 순서는 열두 지지가 열두 달과 시각에 놓이는 순서에서 정리했습니다.

두 고전이 적은 속 글자의 표

두 고전의 표를 한 장에 놓으면 차이가 바로 보입니다. 『삼명통회』 열은 한 달 30일을 글자마다 며칠씩 나누었는지를 보여 줍니다. 책의 문장으로는 정월 건인(建寅)이면 인 속에 간토가 5일 일을 맡고(用事) 병화가 5일 장생하며 갑목이 20일이라고 적는 식입니다. 『삼명통회』 본문은 인과 신의 첫 글자를 간토(艮土), 곤토(坤土)라고 적는데 이 표에서는 무토로 읽어 옮겼습니다. 『연해자평』 열은 위키문헌 전사본(출처 미확정 표시가 붙어 있음)의 장둔가에서 옮겼습니다.

지지『삼명통회』 글자와 날수『연해자평』 장둔가
자(子)임 7 · 계 23계
축(丑)계 7 · 경 5 · 기 18계·신·기
인(寅)무 5 · 병 5 · 갑 20갑·병·무
묘(卯)갑 7 · 을 23을
진(辰)을 7 · 임 5 · 무 18을·무·계
사(巳)무 7 · 경 5 · 병 18경·병·무
오(午)병 7 · 정 23정·기
미(未)정 7 · 갑 5 · 기 18을·기·정
신(申)무 5 · 임 5 · 경 20경·임·무
유(酉)경 7 · 신 23신
술(戌)신 7 · 병 5 · 무 18신·정·무
해(亥)무 5 · 갑 5 · 임 20임·갑

『연해자평』의 장둔가는 글자를 나열할 뿐 서열을 표시하지 않습니다. 축은 계·신·기로 여기에 해당하는 글자부터, 인은 갑·병·무로 정기에 해당하는 글자부터 적어서 나열 순서만으로는 어느 글자가 앞이고 뒤인지 가릴 수 없습니다. 같은 책에는 장둔가 앞에 절기마다 며칠씩 글자를 나누는 ‘암장총결’도 실려 있어서, 한 책 안에도 글자만 외우는 방식과 날수로 나누는 방식이 함께 있습니다.

열두 지지에 든 글자의 총수는 『삼명통회』가 32개, 『연해자평』이 28개입니다. 한 지지에 든 글자 수를 기준으로 나누면 『삼명통회』는 세 글자가 8곳, 두 글자가 4곳이고, 『연해자평』은 세 글자가 7곳, 두 글자가 2곳, 한 글자가 3곳입니다. 인(寅)은 두 책이 글자 셋을 말한다는 점에서 같지만, 날수를 적은 것은 『삼명통회』뿐입니다.

삼명통회는 지지 속 글자가 모두 32개이고 날수를 적었으며 연해자평은 28개로 글자만 적었다는 것을 두 칸으로 비교한 도해
두 고전의 지지 속 글자 수 비교(열두 지지 기준)

표들이 갈리는 곳

날수까지 견주면 갈림이 더 뚜렷합니다. 『연해자평』의 총결은 진월(辰月)을 여는 청명 절기에 을목이 10일을 맡고 이어 8일 동안 계수가 맡는 것으로 나옵니다. 같은 진(辰)을 『삼명통회』는 을 7일, 임 5일, 무 18일로 나누므로 글자도 날수도 어긋납니다.

글자 수가 다른 자·묘·오·유·해

자·묘·유에는 『연해자평』에 한 글자만 있고 『삼명통회』에는 두 글자가 있습니다. 자는 계 하나인지 임과 계인지, 묘는 을 하나인지 갑과 을인지, 유는 신 하나인지 경과 신인지가 갈립니다. 오(午)는 두 책의 글자가 아예 다릅니다. 『삼명통회』는 병과 정만, 『연해자평』은 정과 기만 적습니다. 해(亥)에서는 『연해자평』에 무가 없습니다.

네 창고 지지에 든 수·화·금·목의 글자

진·술·축·미는 정기로 읽으면 모두 토의 글자이면서 그 안에 수·화·금·목의 글자를 하나씩 함께 품습니다. 『삼명통회』는 이 글자를 진 속의 임, 술 속의 병, 축 속의 경, 미 속의 갑으로 적고 그 자리를 묘고(墓庫)라 부릅니다. 『연해자평』은 진에 계, 술에 정, 축에 신, 미에 을을 적어 양간 대신 음간을 둡니다. 두 책은 같은 오행을 가리키면서 양간과 음간 가운데 서로 다른 쪽을 골랐습니다. 진은 수, 술은 화, 축은 금, 미는 목의 글자입니다.

기준으로 삼은 표와 정기라는 이름

학설이 갈리는 만큼 어느 쪽을 따랐는지 밝혀야 합니다. 날수가 적혀 있는 『삼명통회』의 표를 기준으로 삼고, 갈리는 곳은 『연해자평』의 글자를 곁에 두었습니다. 대백과 ‘사주’ 항목의 사례표는 또 다른 사정을 보여 줍니다. 사례로 든 네 지지의 속 글자, 곧 축의 기·신·계, 인의 갑·병·무, 미의 정·을·기, 진의 무·을·계는 글자 묶음이 모두 『연해자평』 장둔가와 같고 『삼명통회』와는 인(寅) 한 곳에서만 같습니다. 한 사주를 두 책의 표로 읽으면 같은 지지에서 다른 글자가 잡히는 곳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여기(餘氣)·중기(中氣)·정기(正氣)라는 이름은 위의 두 고전 대목에서 확인되지 않습니다. 『삼명통회』 본문에는 글자 옆에 ‘일을 맡는다(用事)’, ‘장생(長生)’, ‘묘고(墓庫)’ 같은 표현이 붙을 뿐이고, 지지마다 마지막 글자의 날수가 18일에서 23일로 가장 깁니다. 그 마지막 글자 열두 개는 열두 곳 모두 그 지지의 오행과 같은 글자입니다. 인은 갑목, 사는 병화, 신은 경금, 해는 임수처럼 말입니다. 날수가 가장 긴 이 마지막 글자를 정기라 부르고, 그 앞의 글자를 차례로 여기와 중기로 읽습니다.

삼명통회가 적은 인·묘·진 속 글자의 날수를 오행 색으로 칠한 30일 막대에 나누어 보여 주는 도해
『삼명통회』의 인·묘·진 속 글자 날수(한 지지당 30일, 색은 오행)

겉 천간과 지지 속 글자가 만나는 자리

대백과 ‘사주’ 항목이 사례로 드는 1913년 음력 1월 2일 진시생의 사주는 연주 계축, 월주 갑인, 일주 기미, 시주 무진입니다. 지지 속 글자는 축에 기·신·계, 인에 갑·병·무, 미에 정·을·기, 진에 무·을·계가 듭니다. 겉 천간 계·갑·기·무는 모두 자기 아래 지지 속에 같은 글자가 있습니다. 항목은 월지 인 속의 갑이 월간 갑으로 드러난 것을 투출(透出)이라 부르고, 연간 계가 축 속의 계와 이어진 것을 통원(通源)이라 적습니다.

같은 항목은 이 구조를 근거로 일간 기토가 힘을 얻었다고 판단합니다. 기토가 축·미·진이라는 토의 지지 위에 서 있고, 미 속의 정화에서 온기를 얻으며, 시주 무진이 거든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대백과는 용신을 잡으려면 일간을 월주와 일지를 비롯한 다른 글자의 득실에 따라 세력의 강약과 구조를 살펴 격국을 알아내야 한다고 적습니다. 지지 속 글자가 일간의 힘을 가늠하는 근거로 쓰이는 방식이며, 힘을 재는 기준 자체는 신강과 신약을 가르는 일간의 힘에서 따로 다룹니다. 일지에 앉은 지지가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지는 일지에 앉은 글자를 부르는 궁(宮)의 용어에서 정의합니다.

만세력의 지장간 칸을 읽는 차례

  1. 연지·월지·일지·시지 네 글자를 적습니다. 지장간은 겉 천간이 아니라 이 네 지지 속에서 찾으며, 네 곳 가운데 월지가 한 달 30일을 글자별로 나눈 배당과 가장 직접 이어지는 자리입니다.
  2. 쓰는 만세력이 어느 표를 따르는지 가늠합니다. 자·묘·유에 한 글자만 적혀 있으면 『연해자평』 쪽이고, 두 글자이면 『삼명통회』 쪽입니다. 오(午)에 기가 있는지도 갈림 표지가 됩니다. 어느 표인지 알면 같은 지지가 다른 만세력에서 다르게 보이는 까닭도 설명됩니다.
  3. 글자의 배열 방향을 확인합니다. 여기에서 정기로 가는지 정기에서 여기로 가는지는 만세력마다 다르고, 대백과 사례표도 축·인·진은 정기가 먼저, 미는 여기가 먼저 나옵니다.
  4. 지지 속 글자 가운데 겉 천간과 같은 글자가 있는지 표시합니다. 같은 글자가 겉에 드러난 경우가 투출입니다.
  5. 지장간은 겉 여덟 글자의 오행 개수에 넣지 않고 따로 적어 둡니다. 대백과 사례표도 같은 방식입니다.

조성환 — 서울에서 태어난 산업디자이너로, 사주코드를 운영·편집합니다. 열두 지지의 속 글자와 날수는 위키문헌 전사본의 『삼명통회』 논인원사사와 『연해자평』 지지장둔가를 2026년 10월 셋째 주에 한 지지씩 옮겨 표로 대조했고, 대백과 사례표의 네 지지는 두 표와 하나씩 맞춰 보았습니다. 이 블로그는 명리 용어와 생활 민속을 사전처럼 풀어 두는 곳이며, 용어와 연도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한국천문연구원 자료와 맞춰 적습니다. 개인 사주 풀이나 상담은 하지 않습니다. 바로잡을 내용은 4ddesigner@naver.com 으로 보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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