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력에서 편재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오면 곧바로 아버지 자리라고 읽는 실수가 흔합니다. 편재는 일간과 다른 글자 사이의 관계 이름이고 아버지는 가족을 부르는 이름이어서, 둘을 이으려면 배당표라는 다리를 한 번 건너야 합니다. 그 배당표는 고전에서도 남자의 명식과 여자의 명식이 다르게 적히고, 한 십성에 가족 이름이 둘 이상 붙는 경우도 있습니다. 육친이라는 낱말부터가 한 가지 뜻이 아니라서, 배당을 말하기 전에 낱말의 쓰임을 먼저 갈라 두어야 합니다.
육친이라는 말이 가리키는 목록은 하나가 아니다
같은 두 글자가 일상어와 점술, 명리에서 서로 다른 목록을 가리킵니다. 앞의 둘을 먼저 보고 명리의 쓰임은 다음 절에서 다룹니다.
국어사전의 육친
표준국어대사전의 육친 항목은 육친(六親)을 부모, 형제, 처자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육척이라는 같은 뜻의 말도 함께 올립니다. 가장 가까운 혈족과 배우자까지를 묶는 일상어이고, 사주나 점술과는 상관없이 쓰는 뜻입니다.
점괘의 육친
우리말샘의 육친 항목은 『민속』 분야의 뜻으로 점괘를 볼 때의 부모, 형제, 처재, 자손, 관귀, 세응 여섯 가지를 올립니다. 점괘에서 여섯 항목을 가리키는 이름이어서 사주의 일간 같은 기준점과는 맞닿지 않습니다. 부모와 형제가 앞쪽에 나오는 점은 일상어와 닮았으나 관귀와 세응처럼 가족 이름이 아닌 항목이 섞여 있습니다.

명리의 육친은 십성에 가족 이름을 붙인 것이다
명리에서 육친은 일간을 기준으로 다른 글자에 붙은 십성에 가족의 자리를 배당한 이름 체계를 가리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사주 항목이 사주를 일간 중심으로 읽으며 합충과 육친의 관계를 살핀다고 쓰고, 격국의 이름으로 정재·편재·정관·편관·인수·식신·상관을 늘어놓으면서 이를 “육친에 따라” 나눈 이름이라고 말하는 것이 그 쓰임입니다. 백과가 십성에 해당하는 이름들을 육친의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 셈입니다. 십성 열 가지가 어떻게 정해지는지는 오행 관계 다섯 가지와 음양 둘의 곱에서 먼저 볼 수 있습니다.
『연해자평』의 육친총편은 정의부터 일간을 기준으로 시작합니다. 육친을 아버지, 어머니, 형제, 처재, 자식, 손자라고 열거한 뒤 일간을 중심으로 삼아 십성에 가족 이름을 붙입니다. 어느 글자가 아버지이고 어느 글자가 아내인지는 십성이 먼저 정해진 뒤에야 따라 나오는 이름이라는 뜻입니다.
배당이 그렇게 놓인 까닭은 위키문헌에 실린 『연해자평』 본문의 짧은 구절에서 읽힙니다. 남자의 명식에서는 일간이 극하는 오행이 아내(처재)의 자리이고, 일간을 극하는 오행이 자식의 자리입니다. 같은 책이 인용하는 옛 구절이 “남자는 일간을 극하는 것을 후사로 삼고, 여자는 일간이 낳는 것을 자식으로 삼는다”고 적기 때문입니다. 여자의 명식에서는 관성을 남편의 자리로 둡니다. 남자에게는 내가 누르는 쪽이 아내이고 나를 누르는 쪽이 자식이며, 여자에게는 나를 누르는 쪽이 남편이고 내가 낳는 쪽이 자식이 되는 구조입니다. 편재가 아버지로 불리는 까닭도 같은 계산에 걸립니다. 육친총편은 편재를 어머니의 남편 자리(母之夫星)라고 설명하는데, 갑 일간의 어머니인 정인 계(癸)를 극하는 토 가운데 양의 글자 무(戊)가 편재이기 때문입니다. 십성 이름이 먼저 정해지고 그 위에 가족 이름이 얹힌 순서가 여기서도 드러납니다.
일간을 기준으로 한 배당표
남자의 명식
『연해자평』 육친총편이 남자의 명식에 붙이는 배당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십성 | 배당된 가족 |
|---|---|
| 정인 | 어머니 |
| 편인 | 편모와 조부 |
| 편재 | 아버지, 편처나 첩으로도 적음 |
| 정재 | 아내 |
| 비견 | 형제자매 |
| 칠살 | 아들 |
| 정관 | 딸 |
| 식신 | 손자 |
| 상관 | 손녀와 조모 |
겁재는 이 대목의 배당에 올라 있지 않습니다. 같은 항목은 남자는 일간을 극하는 오행을 후사로 삼고 여자는 일간이 낳는 오행을 자식으로 삼는다는 옛 구절도 인용하는데, 남녀의 자녀 배당이 갈리는 기준이 이 구절에 담겨 있습니다.
여자의 명식
여자의 명식은 남자와 다르게 취한다고 같은 항목이 따로 적습니다. 관성이 남편의 자리가 되어 정관이 남편이고 칠살이 편부이며, 자식은 식신이 아들, 상관이 딸입니다. 남자의 명식에서 칠살이 아들이고 식신이 손자로 배당된 것과 견주면 같은 식신이 여자에게는 자식, 남자에게는 손자가 되는 셈입니다. 십성 이름만으로 가족을 단정할 수 없는 첫 번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여자의 명식에서 육친총편이 직접 적은 배당만 모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십성 | 여자의 명식에서 배당된 가족 |
|---|---|
| 정관 | 남편 |
| 칠살 | 편부 |
| 식신 | 아들 |
| 상관 | 딸 |
이 표에는 인성과 비견, 재성의 배당이 빠져 있습니다. 해당 항목이 남자의 명식과 다르게 적었다고 밝힌 부분만 따로 뽑았기 때문이고, 나머지 칸을 남자의 표에서 그대로 옮겨 채우는 것은 이 글이 하지 않는 일입니다.
여자의 자녀 배당은 같은 책 안에서도 한 가지로 모이지 않습니다. 논자식 항목은 여자의 명식에서 상관을 아들, 식신을 딸로 적어 육친총편과 정반대입니다. 위 표는 육친총편을 따랐을 뿐이고, 두 항목 가운데 어느 쪽을 따라야 하는지 밝힌 문장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네 기둥 자리도 가족의 자리로 불렸다
육친총편은 십성의 배당 외에 사주의 네 기둥에도 가족 이름을 붙입니다. 연주는 조상의 자리, 월주는 부모와 형제의 자리, 일주는 처첩과 자신의 자리라는 식입니다. 같은 책의 상해정진론(詳解定眞論), 곧 상세한 풀이 항목은 연을 조상, 월을 부모, 일을 자기 자신으로 적고 시주를 자식의 자리로 둡니다.
그런데 같은 책 안에서도 문장에 따라 말이 조금씩 다릅니다. 어느 대목에서는 월주를 부모의 자리로 적고 다른 대목에서는 형제의 자리로 적으며, 일주는 자기 자신이라고 쓰다가 아내의 자리라고 쓰기도 합니다. 배당이 한 가지로 굳어진 규칙이라기보다 문맥에 따라 말이 바뀌던 서술이었다는 점이 같은 본문 안에서도 확인됩니다. 일지를 배우자의 자리로 읽는 이야기는 일지를 배우자궁이라 부르는 이유에서 따로 다룹니다.
배당표를 그대로 대입하면 어긋나는 곳
첫째, 한 십성에 가족이 둘 이상 겹칩니다. 편재는 아버지이면서 편처이고 첩이며, 편인은 편모이면서 조부이고, 상관은 손녀이면서 조모입니다. 한 칸이 두 사람을 가리킬 때 어느 쪽인지 정하는 기준은 표 안에 없습니다.
둘째, 남녀의 기준이 다르고 책 안에서도 갈립니다. 육친총편을 따르면 같은 식신이 남자에게는 손자, 여자에게는 아들이고, 같은 칠살이 남자에게는 아들, 여자에게는 편부입니다. 여자의 명식에서 관성이 남편 자리가 되는 방식은 남자의 명식에는 그대로 옮겨지지 않고, 논자식 항목은 여자의 아들과 딸 자리를 육친총편과 반대로 적습니다.
셋째, 일간이 바뀌면 같은 글자의 십성이 달라지므로 가족 이름도 따라 달라집니다. 남자의 명식에서 무라는 글자는 갑 일간에게는 편재라서 아버지로 불리지만, 을 일간에게는 정재라서 아내로 불립니다. 글자 하나를 두고 가족을 고정해 부르는 일은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습니다.
넷째, 표의 남녀 구분은 음양의 같고 다름에서 따라 나온 이름입니다. 칠살과 정관, 식신과 상관은 각각 일간과 음양이 같은지 다른지로 갈리는 짝이어서, 아들과 딸, 손자와 손녀로 붙은 호칭이 실제 자녀의 성별이나 수를 가리킨다고 읽을 근거는 이 항목에 없습니다.
다섯째, 위의 배당은 한 책의 한 항목에서 가져온 표입니다. 『적천수』의 육친론도 재를 아내로, 관성을 자식으로 보는 틀을 쓰지만 희신(喜神)이 재신이나 관성과 어떤 사이인지를 함께 따진다고 적어서, 같은 배당이어도 읽는 방식이 문헌마다 갈립니다. 다른 문헌을 읽을 때는 배당표가 같은지부터 맞춰 보아야 합니다.
가족별 항목은 십성끼리의 극과 합을 가족 호칭으로 옮겨 적었다
육친총편은 배당표 뒤에 아버지, 어머니, 형제자매, 처첩, 자식을 한 항목씩 따로 풀면서, 어느 글자가 일간과 부딪히면 누구를 극한다는 식의 문장을 길게 이어 적습니다. 책의 목차는 육친총편 뒤에 논부(論父), 논모(論母), 논형제자매, 논처첩(論妻妾), 논자식(論子息)을 차례로 두어, 배당표 한 줄 뒤에 가족 한 사람마다 항목을 붙이는 구성입니다. 항목 안의 문장은 인수가 재를 만나면 어머니와 조모를 극한다는 식으로, 십성 사이의 극과 합을 가족 이름으로 바꿔 적은 것입니다.
고전은 이를 가족의 형편에 대한 판단으로 적었지만, 그 근거를 확인할 길이 없어 이 글은 가족의 운명이나 인연을 단정하는 문장을 옮기지 않고 이름과 구조만 정리합니다. 편재가 약한 사주라서 아버지와 인연이 얇다는 식의 읽기는 이 배당표가 말하는 범위를 벗어납니다.
육친이라는 낱말이 일상어에서 명리로 건너온 길
세 가지 쓰임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앞의 자료만으로는 선후를 가릴 수 없습니다. 확인한 사실은 이 정도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이 올린 일상어의 육친은 부모, 형제, 처자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고, 점괘를 볼 때의 육친은 여섯 항목이며, 『연해자평』 육친총편은 육친을 아버지, 어머니, 형제, 처재, 자식, 손자로 열거합니다. 세 목록 모두 부모와 형제를 앞쪽에 두고, 처재가 점괘의 목록과 『연해자평』에 공통으로 들어 있습니다. 이 겹침은 확인되지만 어느 쪽이 어느 쪽에서 나왔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풀이 글에서 육친이라는 말이 십성의 다른 이름으로 쓰이는 방식은 백과 항목이 격국을 설명하는 문장에도 보입니다. 따라서 육친이라는 말을 만나면 일상어의 가족 전체인지, 점괘의 여섯 항목인지, 명리의 십성 배당인지를 먼저 가려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