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띠에서 두 띠를 고르는 방법은 모두 66가지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이 궁합에서 서로 꺼린다고 적은 원진은 그 가운데 여섯 쌍뿐입니다. 쥐띠와 양띠, 소띠와 말띠, 범띠와 닭띠, 토끼띠와 원숭이띠, 용띠와 돼지띠, 뱀띠와 개띠가 그 여섯 쌍입니다.
사전에 올라 있는 여섯 쌍
표준국어대사전의 ‘원진’ 항목은 원진을 『민속』 궁합에서 서로 꺼리는 살로 풀이하고 원진살과 같은 말로 올려 둡니다.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의 ‘궁합’ 항목은 같은 여섯 쌍을 지지 글자로 적습니다. 두 자료의 여섯 쌍은 띠 이름과 지지 글자만 다를 뿐 똑같습니다. 민속대백과 항목은 이 여섯 쌍이 혼인하면 부부가 서로 원수지간이 되어 평생 불화하고 생이별이나 사별까지 한다고 여겨 궁합에서 매우 꺼리는 풍속이 지금도 항간에 성행한다고 설명합니다.
| 지지 짝 | 띠 짝 |
|---|---|
| 자미(子未) | 쥐띠와 양띠 |
| 축오(丑午) | 소띠와 말띠 |
| 인유(寅酉) | 범띠와 닭띠 |
| 묘신(卯申) | 토끼띠와 원숭이띠 |
| 진해(辰亥) | 용띠와 돼지띠 |
| 사술(巳戌) | 뱀띠와 개띠 |
이름에 쓰는 한자가 엇갈린다
원진살은 한자 표기부터 자료마다 다릅니다. 같은 소리에 세 갈래 글자가 붙어 있습니다.
원망하고 성낸다는 뜻의 怨嗔
민속대백과 ‘궁합’ 항목은 이 살을 ‘원진살(怨嗔煞, 元嗔煞)’로 두 가지 한자를 함께 적습니다. 怨은 원망할 원, 嗔은 성낼 진이라, 풀면 원망하고 성내는 살이 됩니다.
사전이 올린 표기 元嗔
표준국어대사전은 ‘원진 1(元嗔)’로 올리고 ‘원진살’을 같은 말로 둡니다. 대조한 사전 항목은 표기와 뜻풀이만 싣고 글자의 유래를 따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고전과 도교 문서의 元辰
한자가 또 다릅니다. 『삼명통회』 권3에는 ‘원진(元辰)’을 다루는 대목이 있고, 도교 성수 신앙 문서인 ‘본명원진도’의 제목도 本命元辰圖입니다. 한국 궁합 풍속의 원진과 소리가 같고 첫 글자 元도 겹치지만 끝 글자가 嗔과 辰으로 갈립니다. 같은 말인지는 뒤의 비교로 따져 봅니다.
같은 짝이 실린 도교 문서, 본명원진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본명원진도’ 항목은 이 도표를 도교의 성수설에 따라 본명과 원진, 북두칠성의 속성을 나란히 배열해 길흉화복을 논한 문서로 설명합니다. 본명은 태어난 해의 간지이고, 원진은 본명과의 관계에서 정해지는 짝입니다. 자년생은 탐랑성, 축년과 해년생은 거문성, 인년과 술년생은 녹존성, 묘년과 유년생은 문곡성을 본명성으로 삼는 식으로 열두 지지를 별에 나누어 맞춥니다. 항목이 적은 대응은 자년에 미, 축년에 오, 인년에 유, 묘년에 신, 진년에 해, 사년에 술, 오년에 축, 미년에 자, 신년에 묘, 유년에 인, 술년에 사, 해년에 진입니다.
열두 해를 한 줄씩 세웠을 뿐, 짝으로 묶으면 앞의 여섯 쌍과 같은 모양입니다. 궁합 풍속의 원진이 띠 두 개를 묶는 말이라면 이 도표에서는 태어난 해마다 상대 한 글자를 정해 두는 식으로 적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항목은 본명성에 재앙을 없애고 수명을 늘리기를 비는 본명초례가 고려 때부터 행해졌다고도 적습니다.
『삼명통회』가 원진을 정하는 계산
『삼명통회』 권3 論元辰 대목에 계산법이 직접 적혀 있습니다.
충하는 자리에서 앞이나 뒤로 한 칸
원진은 충하는 자리에서 한 칸 앞이나 한 칸 뒤의 지지입니다. 양남과 음녀는 앞 한 자리, 음남과 양녀는 뒤 한 자리라고 하고, 예로 갑자생 남자는 갑오와 충하므로 을미가 원진, 을축생 남자는 을미와 충하므로 갑오가 원진이라고 적습니다. 같은 대목은 원진을 ‘나뉘어 있되 합하지 않는 것의 이름’으로 풀고, 충이 일어나는 자리에서 바람을 맞는 것과 같아 흔들려 편안히 있지 못한다고 서술합니다. 대운이 이 자리에 들면 십 년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말도 이어집니다.
같은 대목은 고전 안에서도 평가가 갈렸음을 전합니다. 『낙록자』를 들어 공자도 자신의 원진을 두려워했다고 하고, 임개(林開)는 원진이 불러오는 재앙이 매우 무겁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원진이 합을 만나면 길하게 읽는 말도 있어서, 『동현경』에는 원진이 합을 만나면 크게 형통한다는 구절이 인용됩니다.
남자 쪽 계산은 사전의 여섯 쌍과 같다
육십갑자에서는 천간과 지지의 음양이 같으니 지지의 음양을 그대로 쓰면 됩니다. 남자 기준으로 열두 지지에 같은 계산을 이어 가면 자는 미, 축은 오, 인은 유, 묘는 신, 진은 해, 사는 술이 나와 사전의 여섯 쌍과 그대로 겹칩니다. 여자는 앞뒤가 반대가 되어 자년생의 원진이 미가 아니라 사가 되니 짝이 달라집니다. 사전은 방향을 가리지 않는 짝으로만 적기 때문에 두 자료가 같은 규칙에서 나왔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계산의 한 갈래가 사전의 여섯 쌍을 만든다는 점까지가 확인됩니다. 같은 대목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짝만 외우는 당시의 노래 「서기양두가」(鼠忌羊頭歌)를 믿을 것이 못 된다고 적어, 성별 없는 여섯 쌍 목록이 이미 그때도 따로 돌았음을 보여 줍니다. 서자평(徐子平)이 원진을 다르게 정의한 말도 함께 실려 있습니다. 원진은 명 가운데 원래 해로운 자리가 있는데 대운이나 세운에서 다시 만나는 것이라는 풀이여서, 정의가 하나로 굳은 말은 아니었습니다.

궁합 문헌에서 원진이 놓인 자리
민속대백과 ‘궁합’ 항목은 신살을 쓰는 궁합법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원진살이라고 적습니다. 이능화가 『조선여속고』(1927)에서 우리 혼가풍속에서 원진을 꺼리니 원진은 곧 성상(星相)의 흉살을 일컫는다고 썼다는 인용도 실려 있습니다. 합과 충의 정의, 사주단자가 오가던 혼례 절차는 합·충의 이름에서 따로 다룹니다.
육충·육해·혼삼재와 헷갈리는 이웃 짝
원진과 닮아 보이는 짝이 셋 있습니다. 하나는 육충으로, 민속대백과 ‘궁합’ 항목이 인신(寅申), 사해(巳亥), 자오(子午), 묘유(卯酉), 진술(辰戌), 축미(丑未)를 꼽습니다. 원진은 이 충 짝의 바로 옆 칸이라서 충과 겹치는 쌍은 하나도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삼명통회』 권2의 육해입니다. 육해는 자미(子未), 축오(丑午), 인사(寅巳), 묘진(卯辰), 신해(申亥), 유술(酉戌) 여섯 쌍이고, 이 가운데 자미와 축오만 원진과 같습니다. 민속대백과 ‘궁합’ 항목이 궁합의 기원담으로 전하는 민간 이야기에서 신령에게 얻은 안경을 쓴 등짐장수가 부부를 닭과 개로 보는 대목이 나오는데, 닭띠와 개띠인 유술은 원진 여섯 쌍에 없고 육해 쪽 짝에 있습니다.
셋째는 혼삼재입니다. 같은 ‘궁합’ 항목은 특정 띠와 띠가 만나면 부부 사이에 큰 재앙이 든다고 보는 규칙으로 소개하고, 네 갈래로 적습니다. 호랑이·말·개띠가 쥐·소·호랑이띠를 만날 때, 돼지·토끼·양띠가 닭·개·돼지띠를 만날 때, 뱀·닭·소띠가 토끼·용·뱀띠를 만날 때, 원숭이·쥐·용띠가 말·양·원숭이띠를 만날 때입니다. 세 띠 묶음과 세 띠 묶음을 맞세우는 규칙이어서 띠 둘을 짝짓는 원진과는 구조가 다릅니다.

귀문관살이라는 이름의 자리
귀문관살(鬼門關殺)은 원진살과 나란히 소개되는 일이 많지만, 표준국어대사전과 두 백과사전, 『삼명통회』 권2·권3 목차에서는 표제어로 찾아지지 않는 이름입니다. 신살이라는 이름이 붙은 다른 용어들의 배당은 삼합에서 정해지는 도화·역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진 여섯 쌍은 판정표가 아닙니다
여섯 쌍은 전해 온 짝의 이름을 적은 목록입니다. 원진이 두 사람 사이를 가르는 근거라고 밝힌 자료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