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가 인(寅)이라 배우자는 이런 사람일 것이다, 일지에 충이 있으니 결혼이 어렵다더라. 한 글자에서 곧바로 결론으로 건너뛰는 것이 일지를 읽을 때 가장 흔한 실수입니다. 이 실수는 대개 두 이름을 같은 것으로 여기는 데서 나옵니다. 일지가 앉은 자리의 이름과 배우자를 가리키는 별의 이름입니다. 앞의 이름이 배우자궁이고 뒤의 이름이 배우자성이며, 두 이름은 서로 다른 기준에서 붙었습니다.
일지는 일주의 아랫글자다
일주는 태어난 날의 간지 두 글자이고, 위의 천간이 일간, 아래의 지지가 일지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사주 항목은 사주가 기신(己身)이라 하는 일주 천간을 중심으로 간지 사이의 합충과 육친의 관계, 음양의 조화를 헤아리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곧 일간이 나이고, 나를 기준으로 나머지 일곱 글자의 이름이 정해집니다. 일주는 육십 개인데 지지는 열두 글자뿐이어서, 같은 일지를 가진 일주가 다섯 개씩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지가 자인 일주는 갑자, 병자, 무자, 경자, 임자입니다. 일지만으로는 육십 가운데 다섯으로 좁혀질 뿐입니다.
일주는 『만세력』의 일진을 그대로 쓰며 연도나 절기와는 무관한 고유 일진을 가진다고 같은 항목은 설명합니다. 항목은 일주 지지를 좌하(座下)라고도 적고, 용신을 잡을 때 일간의 힘을 월주와 좌하를 비롯한 나머지 글자의 득실로 살핀다고 풀이합니다. 배우자궁이라는 이름 말고도 일지에는 자리를 가리키는 이름이 더 있는 셈입니다. 일주 육십 개가 어떤 원리로 짝지어지는지는 육십 개 일주가 짝지어지는 원리에 있습니다.
네 기둥에 붙은 이름
『연해자평』은 네 기둥을 사람의 자리에 나누어 이름 붙였습니다. 육친총편과 상해정진론은 각 기둥에 가족의 자리를 하나씩 얹습니다.
연주와 월주는 조상과 부모의 자리
육친총편은 연을 조상의 자리로, 월을 부모와 백숙과 형제와 집안의 자리로 적습니다. 상해정진론도 연을 조상, 월을 부모로 놓으면서 연에서는 대대로 이어진 집안의 성쇠를, 월에서는 부모의 음덕과 명리의 유무를 헤아린다고 풀이합니다. 상해정진론은 같은 장에서 월을 형제의 자리로도 적고, 월이 어긋나면 형제의 힘을 얻지 못한다고 단정하는 풀이를 붙입니다. 월의 자리는 이렇게 부모 쪽과 형제 쪽으로 문헌 안에서도 갈리며, 여기서는 육친총편처럼 둘을 함께 놓는 쪽을 따릅니다.
일주는 처첩과 자신의 자리
육친총편은 일을 처첩과 자기 몸의 자리로 적습니다. 문헌이 배우자의 자리로 가리킨 것은 일 전체, 곧 일주입니다. 상해정진론은 일을 아내의 자리로 삼아 그 자리가 충·형·극·살의 땅에 있으면 처첩을 극한다고 단정하는 풀이를 붙입니다. 논처첩은 일 자체의 조건도 따로 적습니다. 일이 공망에 앉으면 처첩 인연이 어렵다고 하고, 고란(孤鸞)의 날과 양착(陽錯)·음착(陰錯)의 날은 아내를 극한다고 합니다. 이것들은 일지 한 글자가 아니라 일주 전체의 이름에 붙은 조건이어서, 한 글자 풀이로 줄이면 원문과 달라집니다.
시주는 자식의 자리
상해정진론은 시를 자식의 자리로 두고, 시가 죽거나 끊어지는 땅에 있으면 자식이 적다고 단정하는 풀이도 함께 싣습니다. 자식을 어느 글자로 보느냐는 뒤에서 따로 살핍니다.

궁(宮)은 자리의 이름이다
궁은 네 기둥이라는 칸에 붙은 이름입니다. 연주는 조상, 월주는 부모와 형제, 일주는 나와 배우자, 시주는 자식의 칸입니다. 일지를 배우자궁이라 부를 때 궁이 묻는 것은 하나뿐입니다. 어떤 글자가 앉았느냐가 아니라 어느 칸이냐입니다. 칸의 이름은 기둥의 순서가 정하므로 사람마다 같고, 그 칸에 앉는 글자가 사람마다 다릅니다.
성(星)은 십성의 이름이다
성은 일간을 기준으로 다른 글자에 붙는 십성의 이름입니다. 칸이 아니라 글자와 글자 사이의 관계를 부르는 말이어서 어느 기둥에 앉았는지와는 상관없이 정해집니다. 육친총편은 이 이름에 가족의 이름을 겹쳐 놓았습니다. 정인은 어머니, 편인은 편모와 조부, 비견은 형제자매, 식신은 손자, 상관은 손녀와 조모로 짝짓는 식입니다.
남자 명식에서는 재성이 처의 별
육친총편은 일간이 남자인 명식에서 정재를 처로, 편재를 첩과 아버지로 둡니다. 배우자를 가리키는 별은 일간이 극하는 오행, 곧 재성입니다.
여자 명식에서는 관성이 남편의 별
같은 책은 여자 명식은 남자와 취하는 법이 다르다고 하며 관성을 남편의 별로, 칠살을 편부(偏夫)로 둡니다. 배우자성은 명식의 성별에 따라 다른 십성으로 배당됩니다. 궁은 칸의 이름이고 성은 글자의 이름이라는 구분이 이 대목에서 가장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같은 일간이라도 궁과 성은 다른 칸에 앉는다
갑 일간이고 일지가 자(子)인 남자 명식을 단순한 보기로 놓아 보겠습니다. 배우자궁은 일지의 자리, 곧 자가 앉은 칸입니다. 한편 갑의 재성은 토이므로 배우자성은 기와 무입니다. 자 속에는 계만 들어 있으니 배우자궁의 글자와 배우자성의 글자는 서로 다른 오행입니다. 궁은 궁대로 성은 성대로 따로 찾아야 합니다. 일지 한 글자만 보고 배우자를 말하는 것은 두 기준 가운데 하나만 본다는 뜻입니다.
고전도 두 기준을 구분해 적었습니다. 논처첩은 정재를 정처로, 편재를 첩으로 두는 별의 이름을 먼저 밝힌 뒤, 일 아래와 월 아래에 재나 관이 앉으면 아내의 내조가 많고 아내가 재물도 가져온다는 식으로 자리와 별이 한 칸에서 만나는 경우를 따로 거론합니다. 궁과 성이 우연히 같은 칸에 모였을 때 비로소 이름을 겹쳐 쓰는 것이어서, 평소에는 두 이름이 각각 다른 질문에 답합니다.
일지 속에 숨은 글자는 따로 센다
지지 글자 하나는 속에 천간을 품고 있다고 봅니다. 자 속에는 계, 인 속에는 갑·병·무가 있다는 식입니다. 어느 천간을 얼마나 품는지는 자료마다 달라 지장간의 여기·중기·정기 구분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배우자궁이 품은 글자는 배우자성의 후보가 되는 글자를 숨기고 있을 수 있어, 겉의 일지와 속의 글자를 구분해 적어 두면 두 기준이 뒤섞이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연해자평』의 지지장둔가를 따르면 열두 지지가 품은 글자는 이렇습니다. 자는 계, 축은 계·신·기, 인은 갑·병·무, 묘는 을, 진은 을·무·계, 사는 경·병·무, 오는 정·기, 미는 을·기·정, 신은 경·임·무, 유는 신, 술은 신·정·무, 해는 임·갑입니다. 이 노래에서 자·묘·유는 글자 하나만 품고, 오와 해는 둘, 축·인·진·사·미·신·술은 셋을 품습니다. 예컨대 갑 일간의 재성은 기와 무인데, 일지가 인이면 겉에는 인이 보이지만 속에 무가 들어 있고, 일지가 자이면 속에 계뿐이어서 재성 글자가 없습니다. 같은 갑 일간이어도 일지에 따라 배우자성의 후보 글자가 지지 안에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셈입니다.
충이 일지에 닿는다는 말
일지를 두고 가장 자주 쓰이는 말이 충입니다. 합과 충에 붙은 이름과 짝은 합과 충의 이름과 사주단자 풍속에 정리했고, 여기서는 일지와 관련된 정의만 짚습니다.
충은 열두 칸 가운데 정반대에 선 짝
『삼명통회』 논충격은 지지에서 일곱째 자리를 충이라 한다고 적습니다. 자에서 오까지가 일곱째여서 자오충이며 같은 방식으로 축미, 인신, 묘유, 진술, 사해가 충의 여섯 쌍입니다. 같은 대목은 천간에서는 일곱째 자리를 충이 아니라 살(煞)이라 부르며 갑이 경을 만나는 것이 그 보기라고 덧붙입니다. 일지의 충이란 일지가 이 여섯 쌍 가운데 하나의 짝글자를 월지·연지·시지, 또는 운에서 만난다는 뜻입니다.
같은 대목은 충이 닿는 자리에 따라 이름을 달리 붙이기도 합니다. 월이 일이나 시를 충하거나 시가 연을 충하면 구(仇)라 하고, 천간이 같은 두 간지가 지지끼리 충하는 경우, 곧 갑자와 갑오, 기묘와 기유 같은 짝은 동류상충(同類相衝)이라 하여 조상의 업을 깨뜨리는 일이 많다고 적습니다.
자식의 자리와 자식의 별은 문헌에서도 갈린다
배우자에서 본 궁과 성의 구분은 자식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시주가 자식궁이라는 칸이라면 자식성은 어느 십성인지 따로 정해야 하는데, 이 대목은 같은 『연해자평』 안에서도 서로 어긋납니다. 육친총편은 남자 명식에서 칠살을 아들, 정관을 딸로 두고 여자 명식에서는 식신을 아들, 상관을 딸로 둡니다. 그런데 논자식은 여자 명식은 상관을 아들로, 식신을 딸로 취한다고 적어 반대로 말합니다. 육친총편과 상해정진론은 모두 남자는 일간을 극하는 것을, 여자는 일간이 생하는 것을 자식으로 삼는다는 구절을 싣는데, 그 틀 위에서 어느 십성을 아들이라 부르느냐는 서술이 갈린 셈입니다.
한 책 안에서도 자식성이 이렇게 갈리므로 어느 쪽이 맞다고 하나로 단정하지 않고 두 대목을 함께 놓는 편이 문헌에 충실합니다. 여기서는 육친총편의 배당을 기준표로 삼되 논자식이 반대로 적은 점을 병기합니다. 궁은 칸의 이름이고 성은 글자의 이름이라는 구분은 배우자궁뿐 아니라 자식궁에도 같고, 칸의 이름은 흔들리지 않는데 별의 이름은 문헌에 따라 흔들립니다.
배우자궁에 충이 있으면 결혼이 어렵다는 말은 어디서 나왔을까
고전은 이 물음에 한 방향의 답을 주지 않습니다. 상해정진론에는 일을 아내의 자리로 삼아 그 자리가 충·형·극·살의 땅에 있으면 처첩을 극한다고 단정하는 풀이 방식이 실려 있습니다. 한편 『삼명통회』 논충격은 충을 대체로 흉하다고 하면서도 충하는 자리가 서로 생하는 관계이면 오히려 복이 크다고 하고, 진·술·축·미의 충은 창고에 든 재관인수를 여는 일이라 더 반긴다고 적습니다. 두 대목을 나란히 놓으면 일지의 충은 그럴 수도 있다는 한 갈래의 풀이일 뿐 혼인의 가부를 정하는 규칙이 아닙니다. 어느 쪽도 판단의 근거로 삼지 않는 편이 문헌에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