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혼이 되면 신랑 집에서는 신랑의 생년월일시를 적은 종이를 신부 집으로 보냈습니다. 사성(四星)이나 사주단자라고 부르는 이 종이를 두고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의 궁합 항목은, 사주단자가 없으면 저승에서도 부부가 만나지 못한다고 여겨 여자들이 평생 장롱 속에 간직했고 죽으면 관 속에 함께 넣어 주었다고 적습니다. 종이 한 장에 그만한 무게가 실렸던 것입니다. 그 종이가 오가는 자리에서 두 사람의 글자를 견줄 때 쓰인 낱말이 합(合)과 충(沖)입니다.
사주단자가 가고 연길이 돌아오는 길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의 연길 항목에 따르면 정혼을 한 뒤 신랑 쪽이 사성, 곧 사주단자를 신부 쪽에 보내면 그 답례로 신부 쪽이 혼인 날짜를 골라 신랑 쪽에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날짜를 고르는 일을 연길 또는 날받이라 하고, 신랑 쪽이 부득이하게 먼저 날을 보내면 맞택일이라 불렀습니다.

사주단자에도 만드는 법이 있었습니다. 사주단자 항목이 옮긴 『광례람』의 설명으로는 큰 종이 한 폭으로 겉봉을 만들어 사주(四柱) 두 글자를 쓰고, 단자는 오행을 따라 다섯 칸으로 접어 가운데 칸에 연월일시를 적습니다. 봉투는 풀로 붙이지 않고 싸리 가지 사이에 끼워 붉은 실로 묶은 뒤, 붉은 겹보자기에 싸서 삼가 봉한다는 뜻의 근봉(謹封) 띠를 둘렀습니다. 다산 정약용은 시까지 적는 것은 의미가 없으니 생년월일만 적자고 했다는 대목도 같은 항목에 있습니다.
돌아오는 연길단자는 백지를 다섯 칸 또는 일곱 칸으로 접어 가운데에 전안(奠雁)으로 시작하는 날짜 문구를 쓰고, 봉투에 넣어 청홍 보자기에 싸서 보냈습니다. 납폐일을 함께 적을 때는 납폐동일선행(納幣同日先行)처럼 쓰기도 했고, 봉투 앞면에는 연길(涓吉) 두 글자를 적었다고 연길 항목은 설명합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신랑·신부 부모가 혼인한 달, 양가에 불길한 일이 있었던 날, 양가 조상의 기일을 피해 날을 고르기도 했다고 같은 항목에 적혀 있습니다. 항목은 혼인날을 이토록 무겁게 다룬 까닭을, 중매 없이는 혼인할 수 없던 시절에 이날이 신랑과 신부가 처음 만나는 날이자 두 사람의 기와 천지의 기가 합덕(合德)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라고 풉니다.
혼인날을 고르는 풍속은 기록상 꽤 오래되었습니다. 연길 항목은 삼국사기 진평왕대(579~632)에 설씨녀가 혼인을 앞두고 날을 골랐다는 대목을 우리나라에서 택일과 직접 관련된 가장 이른 자료로 듭니다. 고려사에는 왕태자의 혼례에서 사주로 궁합을 본 뒤 신부 쪽이 혼인날을 정하는 채택고기가 행해졌다는 기록이 있고, 항목은 이것이 오늘의 연길·날받이와 다르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조선 전기 이문건(1494~1567)의 『묵재일기』에는 종손의 혼인날을 잡으려고 점복자에게 점을 치게 한 대목이 있고, 17세기 초 경상도 현풍의 곽주 집안 편지에는 십악대패일과 천구일을 피해 책력과 택일서를 뒤져 딸의 혼인날을 잡는 장면이 나옵니다.
날을 가리는 기준은 시대에 따라 움직였습니다. 지금은 하객이 모이기 쉬운 공휴일을 먼저 고르는 집이 대부분이고, 입춘이 한 해에 두 번 드는 쌍춘년에 혼인하면 잘 산다는 말로 2006년에 예비부부가 몰렸으나 쌍춘년은 본래 중국 한족 쪽에서 유행하던 풍속이라고 항목은 설명합니다. 윤달은 『동국세시기』에 혼인하기에 좋은 달로 적혀 있는데, 윤달 혼인을 꺼리는 풍속은 근래 새로 생긴 변형이라는 것이 항목의 판단입니다.
궁합이라는 낱말의 짧은 이력
이 대목은 한국민속대백과사전 궁합 항목을 따릅니다. 궁합보다 앞선 것은 혼인을 앞두고 점괘로 길흉을 묻던 가취점입니다. 『의례』 사혼례에 남자 쪽에서 점을 쳐 길하면 여자 쪽에 알린다는 내용이 이미 있어 춘추시대(기원전 770~403)부터 있던 관습으로 봅니다. 궁합이라는 말 자체는 명나라 임소주의 택일서 『천기대요』 남녀구궁궁합법에 처음 나오고, 한국에서는 1636년(인조 14) 성여춘이 이 책을 펴내면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세종실록』의 세자빈 간택 기사에서 길흉을 점치고 상(相)을 보았다는 대목은 가취점이 궁합을 대신한 보기로 꼽힙니다.
궁(宮)은 집 안에 방이 여러 개 있는 모양의 글자여서 궁합은 가문과 가문의 결합을, 통속적으로는 한 지붕 아래 두 사람이 어떻게 어울려 사느냐는 물음을 뜻한다고 풉니다. 궁합의 유래담도 하나 실려 있습니다. 자식 없이 가난하던 등짐장수가 산신령에게 받은 안경을 쓰니 자기는 닭, 아내는 개로 보였고, 같은 사정의 다른 부부와 짝을 바꾸어 살았더니 두 집 모두 아들을 낳고 살림이 폈다는 이야기입니다. 띠를 짝으로 맞대 길흉을 헤아리던 생각이 이야기의 모양을 얻은 보기입니다.
정리하면 궁합은 처음부터 사주 글자를 맞대던 일이 아니라, 점괘로 길흉을 묻던 절차가 띠와 사주 쪽으로 옮겨 온 결과로 읽힙니다. 합과 충이 쓰이는 것은 그 뒤 단계입니다.
겉궁합이라는 말과 궁합법의 갈래
표준국어대사전은 겉궁합(겉宮合)을 신랑·신부의 생년월일을 십이지에 맞추어 보는 궁합으로 풀이합니다. 합과 충 가운데 지지의 짝이 다루는 글자가 바로 이 십이지입니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의 궁합 항목은 궁합법을 크게 구궁, 납음오행, 혼삼재 같은 신살, 사주의 네 갈래로 나눕니다. 사주 안에서 어느 칸이 배우자의 자리로 불리는지는 일지를 배우자궁이라 부르는 까닭에 따로 적었습니다.
구궁 궁합법은 남녀의 나이를 일상생기, 이중천의, 삼하절체, 사중유혼, 오상화해, 육중복덕, 칠하절명, 팔중귀혼의 여덟 칸에 차례로 짚어, 생기·천의·복덕이면 길한 궁합, 절체·유혼·귀혼이면 보통, 화해·절명이면 흉한 궁합으로 읽습니다. 납음오행 궁합법은 생년 간지의 납음오행이 상생이면 좋고 상극이면 나쁘되 남자가 여자를 극하는 상극은 무난하다고 보았고, 계산이 쉬워 민간에서는 구궁보다 널리 쓰였다고 합니다. 신살 쪽의 혼삼재는 특정한 띠 묶음끼리 만나면 부부가 생사이별하고 가산이 흩어진다는 말로, 띠 네 묶음이 짝지어 전해집니다. 사주 궁합법만이 두 사람의 여덟 글자 전체를 놓고 음양오행이 고르게 어우러지는지와 육친 사이의 관계를 살폈습니다.
합과 충에 붙은 이름, 열 글자 쪽과 열두 글자 쪽
천간의 합부터 보겠습니다. 『삼명통회』 권2 십간합 대목은 합을 부부가 짝을 맺는 일에 견주어, 같은 성질끼리는 서로 다투며 극이 되고 양과 음이 짝을 이룰 때에야 합이 성립한다고 풀이합니다. 그렇게 갑과 기, 을과 경, 병과 신, 정과 임, 무와 계 다섯 쌍이 나오며 『삼명통회』 권2는 쌍마다 이름을 붙였습니다. 갑기는 중정(中正), 을경은 인의(仁義), 병신은 위제(威制), 정임은 음특(淫慝), 무계는 무정(無情)의 합입니다. 합이 이루어졌을 때 바뀐다고 하는 오행은 갑기가 토, 을경이 금, 병신이 수, 정임이 목, 무계가 화입니다.

다섯 이름은 한자 하나하나에 옛사람이 얹은 인상이어서 오늘의 성격 판정에는 이어 쓰지 않습니다.
합이라고 모두 오행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같은 책 십간화기 대목은 합이 곧 변화는 아니라는 단서를 답니다. 갑기합이 토로 바뀌려면 진술축미 달이어야 하고 그다음으로 오월도 받아들이며, 둘 사이에 무가 끼어 있으면 바뀌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막히는 경우를 투합(妒合)이라 불렀습니다. 합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과 오행이 실제로 바뀌는 것은 다른 층위의 말이라는 뜻입니다.
지지 쪽 이름은 한국민속대백과사전 궁합 항목이 띠의 관계로 정리해 둡니다. 『삼명통회』 지지 육합 대목은 자·인·진·오·신·술을 양으로, 축·묘·사·미·유·해를 음으로 나누어 한 음과 한 양이 만나야 합이라고 풀이합니다. 육합은 자축·인해·묘술·진유·사신·오미, 삼합은 신자진·해묘미·인오술·사유축이고, 서로 부딪히는 육충은 인신·사해·자오·묘유·진술·축미입니다. 삼합은 『삼명통회』 지지 삼합 대목이 신자진을 수국(水局)이라 하고 나머지 셋도 같은 방식으로 풀면서, 세 글자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국을 이루지 못하니 삼합으로 논할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열두 글자가 어떤 순서로 늘어서는지는 십이지지의 배열과 띠 이름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름이 닮은 다섯 짝을 나란히 놓으면
| 이름 | 짝짓는 글자 | 수 | 자료에서의 자리 |
|---|---|---|---|
| 천간합 | 갑기·을경·병신·정임·무계 | 다섯 쌍 | 『삼명통회』 십간합 대목에 있고, 민속대백과 궁합 항목의 띠 궁합 설명에는 나오지 않음 |
| 지지육합 | 자축·인해·묘술·진유·사신·오미 | 여섯 쌍 | 띠로 풀면 서로 좋은 배합으로 꼽음 |
| 삼합 | 신자진·해묘미·인오술·사유축 | 네 국 | 띠로 풀면 서로 좋은 궁합으로 꼽음 |
| 지지육충 | 인신·사해·자오·묘유·진술·축미 | 여섯 쌍 | 원진처럼 만나면 나쁜 궁합으로 꼽음 |
| 원진 | 자미·축오·인유·묘신·진해·사술 | 여섯 쌍 | 혼가에서 꺼리는 신살 궁합의 대표 |
다섯 이름은 모두 두 글자 또는 세 글자를 짝짓는다는 점에서 닮았지만 나온 자리가 다릅니다. 천간합은 열 글자 사이의 규칙이고 나머지 넷은 열두 지지, 곧 띠의 관계입니다. 합과 충은 글자 사이에 성립하는 관계의 이름이고, 그 관계를 길이나 흉으로 단정하는 말은 풍속 쪽에서 덧붙인 것입니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도 오늘날에는 궁합이 좋지 않아도 혼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적고, 혼인 전에 사주를 적은 종이를 맞바꿔 보는 풍습은 지금도 남아 있다고 덧붙입니다. 원진은 합이나 충과 달리 신살의 이름이어서, 이 짝이 어떻게 불리고 어디까지 쓰이는지는 원진살과 귀문관살의 사전 풀이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