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살이 끼었다’고 하면 한곳에 붙어 있지 못하고 떠도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명리 용어로서의 역마는 그 말과 다르게 지지 한 글자의 자리를 가리킵니다. 해묘미생이라면 사, 인오술생이라면 신처럼 태어난 해에 따라 정해진 글자가 사주 안에 들어 있느냐를 묻는 말입니다.
일상어에서 굳은 뜻풀이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의 ‘역마살’ 항목은 역마살을 객지로 많이 돌아다닌다는 살로 풀이하고, 지금도 객지로 많이 돌아다니는 사람에게 ‘역마살이 끼었다’고 말한다고 적습니다. 도화살의 사전 풀이는 훨씬 무겁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도화살’ 항목은 여자가 한 남자의 아내로 살지 못하고 사별하거나 뭇 남자와 상관하도록 지워진 살이라고 풀이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도화살’ 항목은 이 말의 일상적 쓰임도 적습니다. 여자의 얼굴에 불그스레한 홍기가 돌아 아름답게 보이는 것을 도화살이 끼었다고 한다는 속담입니다. 복숭아꽃빛 얼굴이라는 이미지와 사람을 해치는 살이라는 이미지가 한 이름 안에 엉켜 있습니다.
살을 지는 쪽을 여자로 한정한 서술이어서 지금의 눈으로는 편견이 담긴 문장입니다.
신살이 사주 안에서 놓이는 자리
신살(神煞) 가운데 여기서 다루는 세 이름은 사주에 어떤 지지가 들어 있는지를 두고 붙인 이름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도화살’ 항목은 도화살을 점술이나 사주학에서 사람을 해치는 다섯 가지 독하고 나쁜 기운 가운데 하나로 풀이하고, 태어난 해와 태어난 날 두 가지를 적용해 본다고 적습니다. 역마도 민속대백과 항목에 따르면 생년과 생일 어느 쪽으로도 셉니다. 해묘미생의 사주에 사(巳)가 있어도 역마이고, 해묘미날에 태어난 사람의 사주에 사가 있어도 역마로 본다는 예가 실려 있습니다. 두 항목이 쓰는 틀은 같습니다. 열두 지지를 세 글자씩 묶은 삼합 네 묶음, 곧 해묘미, 인오술, 사유축, 신자진을 기준으로 삼아 묶음마다 글자 하나씩을 정합니다. 열두 지지가 각각 무엇을 맡는지는 열두 지지의 배열에서 따로 다룹니다.
도화·역마·화개를 ‘열두 신살’이라는 묶음으로 소개하는 글도 많지만, 백과와 사전 항목에는 그 순서표가 없습니다. 『삼명통회』는 신살에 옛날에는 120가지 이름이 있었으나 그 풀이가 억지스럽고 갈래가 흩어져 있다고 평합니다(권3 總論諸神煞). 권2 목차에도 장성·화개, 함지, 육해, 삼형, 충격이 이름마다 한 편씩 따로 놓여 있어서, 신살은 순서표로 정리된 체계라기보다 이름별 서술에 가까웠습니다.
삼합 네 묶음에서 세 글자가 정해지는 방식
세 신살의 배당은 같은 틀에서 나옵니다. 삼합 묶음을 기준으로 도화는 목욕 자리, 역마는 삼합의 첫 글자와 충하는 자리, 화개는 삼합의 맨 끝 글자를 가리킵니다.
도화는 삼합의 목욕 자리
『삼명통회』 권2 함지 대목은 인오술이면 묘, 사유축이면 오, 신자진이면 유, 해묘미이면 자를 함지로 적고, 장생 다음 둘째 자리인 목욕의 궁이라고 설명합니다. 백과 도화살 항목의 배당도 같습니다.
역마는 삼합의 첫 글자를 충하는 자리
민속대백과 항목에서 역마는 해묘미생이면 사, 인오술생이면 신, 사유축생이면 해, 신자진생이면 인입니다. 이 네 글자는 각 묶음의 첫 글자인 해, 인, 사, 신과 정면으로 충하는 자리입니다.
화개는 삼합의 맨 끝 글자
『삼명통회』 권2 장성·화개 대목은 삼합의 가운데 글자를 장성이라 하고, 삼합의 밑바닥에서 고(庫)를 얻은 글자를 화개라 부릅니다. 인오술은 술, 신자진은 진, 사유축은 축, 해묘미는 미가 화개 자리입니다.
세 배당을 겹쳐 보면 한 묶음 안에서 세 글자가 모두 다르고, 도화는 자·오·묘·유, 역마는 인·신·사·해, 화개는 진·술·축·미 네 글자씩만 쓰입니다. 열두 지지가 정확히 세 무리로 나뉘어 각 이름에 배정되는 구조입니다. 민속대백과 항목이 역마는 띠를 따로 가리지 않고 인·신·사·해 가운데 어느 글자라도 사주에 있으면 역마가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고 적는 것도 이 구조와 맞닿아 있습니다.

함지(咸池)가 도화살이라는 별명을 얻은 경위
도화살은 이름이 겹겹입니다. 고전의 함지에서 도화살이라는 별명이 생기고, 그 별명이 일상어까지 내려왔습니다.
咸池라는 이름의 출처
『삼명통회』는 『회남자』의 “해는 부상에서 나와 함지로 든다”는 구절을 끌어 와, 오행이 목욕하는 자리를 함지라 부른다고 설명합니다. 해가 지는 뜻을 취한 이름이어서 만물이 어두운 때를 가리킵니다. 다른 이름은 패신과 도화살입니다.
고전이 꺼린 내용
같은 대목은 함지의 기운이 왕성하면 용모는 아름답지만 술과 색에 빠져 재물을 흩고 집안을 허문다고 서술합니다. 쇠하면 행실이 흐트러지고 노름에 빠진다고 하고, 사주에 들어오면 깨짐만 있고 이룸이 없어 길조가 아니며 부인이 특히 꺼린다고 맺습니다. 이 서술은 흉을 말하는 쪽으로 쓰인 옛 글이고, 한 사람의 성품을 확인한 기록이 아닙니다.
사전 풀이에 남은 시대의 눈
백과 도화살 항목은 이 살을 호색과 음란으로 설명하며, 남녀를 불문하고 피한다고 적습니다. 조선시대에 여자의 개가를 인정하지 않던 때에는 멸문의 살로 여겼다는 대목도 있습니다. 도화살 항목은 공망을 만나면 작용이 멈춘다는 일설이 있으나 단언하기 어렵고, 전해 오는 민간 신앙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마무리합니다. 사전의 풀이가 여자에게만 지워진 살로 좁혀진 데에는 이런 시대 맥락이 있었다고 읽을 수 있습니다.
역마라는 이름이 역참의 말에서 온 내력
민속대백과 항목은 역마를 전근대에 곳곳의 교통 요충지인 역에 두고 교통과 운송에 쓰던 말이라고 설명합니다. 한국의 역마제는 삼국시대부터 시행된 기록이 있고, 조선시대에는 왕명으로 여행하는 사람이 병조의 증명서를 받아 마패를 발급받고 그 마패를 내보이면 역마를 받았습니다. 마패 한쪽에는 품수에 따라 말이 그려져 있고 다른 면에는 자호와 연월이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항목은 이 이름이 열두 지지에 얹힌 모양도 풀이합니다. 말을 상징하는 오(午)의 바로 앞에 있는 사(巳)는 사람이 많이 모이고 길이 사방으로 트인 큰 역참에, 사 바로 다음의 오는 역마인 말에 비유됩니다.
사를 큰 역참에, 오를 말에 견주는 풀이는 사주 글자에 교통 제도의 이미지를 입힌 해석입니다. 삼합 배당이 이 비유에서 나왔다는 설명은 항목에 없으므로, 비유와 규칙은 따로 읽습니다.
역마가 길성도 흉성도 되는 사정
역마살 항목은 이 살이 길성도 되고 흉성도 된다고 설명합니다. 외교관이나 무역상이 되어 외국을 자주 오가면 즐거운 여행이 되고, 하루 먹고살려 동분서주하면 고달픈 발걸음이 된다는 풀이입니다. 사주의 구성이 좋은 가운데 역마가 있으면 길성이고 배합이 나쁜 데 역마가 있으면 편할 날이 없다고도 합니다. 또 전통사회에서는 흉살로 여겼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오히려 길신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적습니다. 타고난 사주에 이 글자가 있거나 운에서 이 글자가 들어오면 사회적 활동성이 늘어 장거리 이동, 해외여행, 이사, 이민이 잦고 유통, 영업, 무역, 운송, 방송, 통신 같은 일에 종사하며 동분서주한다고 본다는 설명도 같은 항목에 있습니다.
삼재와의 겹침도 있습니다. 항목은 삼재가 드는 첫해가 각 띠 묶음의 역마 해에 해당한다고 설명하고, 그 글자를 각 묶음의 공동 기운이 십이운성에서 병지(病支)에 이르는 자리로 풉니다. 해묘미생에게 삼재 첫해인 사년이 역마의 사와 같다는 뜻입니다. 역마살 항목은 삼재가 드는 해의 일로 사업 실패와 금전 손해 같은 인재, 소송과 형벌 같은 관재, 본인이나 식구의 질병과 사고 같은 우환을 듭니다.
화개살, 별 모양 덮개가 붙은 이름
『삼명통회』 장성·화개 대목에 따르면 장성은 군막 한가운데 선 장수에 견주어 삼합의 가운데 글자에, 화개는 하늘에 덮개 모양의 별이 있어 늘 대제의 자리를 덮는다는 데 견주어 삼합의 밑바닥 고 자리에 붙인 이름입니다. 같은 대목은 사주에 화개를 얻으면 외로움과 홀로됨을 말하는 서술이 많다고 적습니다. 별을 덮개에 견준 비유가 이름의 출처이고, 이름에서 곧바로 길흉이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같은 대목은 장성이 길한 별과 귀한 살의 도움을 받아야 좋다고 쓰면서 『이우가』의 한 구절을 인용합니다. 장성이 망신(亡神)을 만나면 나라의 기둥이 될 신하라는 노래입니다. 흉한 이름이 붙은 글자가 좋은 자리가 되기도 한다는 서술이어서, 신살 이름의 어감만으로 길흉을 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사전 풀이와 고전 서술은 같은 말이 아니다
일상어의 역마살은 사람의 삶을 가리키고, 고전과 백과의 역마는 글자의 위치를 가리킵니다. ‘역마살이 끼었다’는 문장은 결과를 단정하지만 삼합 규칙은 어느 지지가 사주에 들었는지만 정합니다. 도화살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전 풀이는 한 사람의 처지를 말하는 문장인데, 고전의 함지는 목욕이라는 자리 이름에서 출발합니다. 그 사이에 시대의 평가가 쌓였고, 역마의 평가가 전통과 현대에서 뒤집힌 사례가 이를 보여 줍니다.
나란히 놓으면 이렇습니다. 도화살은 사전에서는 여자에게 지워진 살로, 백과에서는 남녀가 모두 피하는 호색과 음란의 살로, 고전에서는 목욕 자리의 이름으로 나옵니다. 역마살은 일상어에서는 객지를 떠도는 살이고, 민속대백과에서는 길성도 흉성도 되는 글자이며, 삼합 규칙에서는 첫 글자와 충하는 지지입니다. 같은 이름이 자료마다 다른 층위를 가리키니 어느 층위의 말인지부터 확인해야 읽기가 어긋나지 않습니다. 살이라는 이름을 단 또 다른 용어인 원진이 어떻게 같은 구분을 겪는지는 원진 여섯 쌍의 출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도화살이 있으면 바람기가 있다는 뜻일까
자료가 말하는 바를 차례로 놓습니다. 『삼명통회』는 함지를 목욕 자리로 규정하고 음란한 기운으로 서술했습니다. 백과는 호색과 음란을 말하는 살로 적었고, 표준국어대사전은 여자에게 지워진 살로 풀이했습니다. 세 자료는 모두 이 살을 꺼리는 쪽으로 전해 온 믿음을 기록한 것이지 한 사람의 성품을 확인한 결과가 아닙니다. 사주에 묘, 유, 오, 자 가운데 해당 글자가 있다는 사실에서 성격을 읽어 내는 근거는 세 자료 어디에도 없습니다.